12.3 사태로 인해 한국에서 더 흥행할 줄 알았지만, 2주차만에 상영관이 전멸한 비운의 영화 <시빌 워>. A24가 역대급의 제작비를 투자한 알렉스 가랜드의 신작으로, 말 그대로 미국의 가상적인 내전을 다룬다. 다만 이 영화는 진땀을 쥐게 하는 전쟁 블록버스터라기보다 (이것이 서스펜스가 부족하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아트버스터라는 이름에 충실하게 들어맞는다.) 순전히 '저널리스트의 전쟁영화'다.
한편 대통령을 찍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하는 기자들의 일종의 로드무비이자, 게다가 성장영화기도 한데, 영웅을 동경하는 소녀 기자는 여정의 처음에서 "왜 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내가 총맞는 순간도 찍을 거예요?"라고 묻곤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는 총살 앞에서 근면하게 셔터를 누른다. (그리고 키어스틴 던스트의 건조한 표정과 그녀를 동경하는 너무도 앳된 케일리 스패니는 교차한다. 베테랑은 지치고 젊은이는 열광한다.)
웃긴 건, 현대의 전쟁이 어디서나 그렇듯이--전쟁에 '개입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 어떤 부촌의 주민들은 잔디에 물을 주고 개를 산책시키며 드레스를 판다. 이때 와그너 모라의 "이곳 주민들도 미국 전역에 내전이 일어났다는 걸 알아요?"라는 물음은, "가자 지구에서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있는 걸 알아요?"라는 말과 다를 게 있나? 마치 아무 일이 없다는 듯 외면하며 초연한 사람들 앞에서...
비포 선셋에서 셀린느가 말하길, "거리에 사람이 쓰러져가고 있는데 코트를 벗어주기는 커녕 사진에 잘 찍히기 위해 셔츠깃을 세워주는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라면 못해" -- 제시가 답하길, "그게 대단한 거 아니야?" 그리고 이 포토 저널리즘에 입각한 전쟁 영화. 공교롭게도 얼마 전 퓰리처 사진전에 방문했다. "저널리스트가 하지 않는다면, 누가 할까요?"
영화는 대단히 메시지를 개진하지 않고, 기자들이 셔터를 누르듯 관조한다. 그들은 왜 shot을 건지려고 하는가? -- 시선이 없다면 사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