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난새
The gates to paradise are locked. It became private property. But we can go round the back and hop the fence.
recent talks + 29 post
키리에
2026.04.26

금요일 퇴근. 그날 오전부터 낮까지는 사진과 방송 촬영이 있었고 과장님과 나만 인터뷰를 따였다. 사무실의 젊은 인원들 중 우리가 제일 용모가 뛰어났겠거니 한다. 뛰어났다는 건 실제가 그랬다는 게 아니라 제일 신경 썼다는 뜻이다. 무슨 일에든 난 존나 신경을 쓴다. 존나 무슨 일에든 신경을 기울인다. 뇌의 100%를 사용하려고 한다. 

 

과장님은 솔직히 매력적이다. 그는 화장을 하고 립스틱을 바르고 셔츠를 입고 구두를 신는다. 그가 유부남이 아니었다면 짝사랑을 시작해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가 유부남이기 때문에 이미 짝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한테 친절했던 모든 사람과 자고 싶고 살고 싶다.

 

퇴근 후에 대학 시절 청주에서 종종 보았던 친구를 만났고 그날 밤 숙소에서는 지루한 영화를 봤다. 전도연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무뢰한을 골랐다. 최근의 나는 좋은 점을 봐주려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 영화가 나한테는 꽤 괜찮았을지언정 그녀는 이 영화를 참지 못한다. 잠들어서 중간에 깼는데, 그녀는 내 옆이 아니라 소파에 누워 있었고, 내 악몽과 좋지 못한 잠버릇이 그 밤을 망쳤다. 여기까지 올라온 사람한테 너무 미안해서 다음날엔 모든 비용을 내가 냈다. 웃기는 해프닝으로 끝나서 다행이다. 용서받을 수 있어서.

 

둔산동의 한밭수목원과 시립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아파트 단지 길목은 너무나 아름답다. 한국의 어느 도시가 그렇게 아름다운 수목으로 조경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코고나다의 콜럼버스나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같은 영화에서 본 풍경 같다. 차가 빼곡한 도로와 볼품없는 아파트 단지를 구획하는 나무들. 잘 자란 나무가 도심의 경계를 채우고 있음만으로 눈으로 보기에 도시는 훨씬 나아질 수 있다.

 

앤디 워홀은 궁금하지 않았고 백남준의 텔레비전 같은 조형물과 열린 수장고를 본다. 예술을 팔아주진 못하고 개방된 예술만 찌끄린다.

 

예당에서 키리에. "내 몸은 귀신들린 집이고 나는 그 안에서 길을 잃었다(재키 저메인)". 놀라운 영성체험과 젊은 여성 혹은 퀴어가 이 극을 썼다는 감각. 극이 주는 강렬함도 있지만 이젠 잘 쓴 책을 덮고 그러듯이 연극이 끝나도 생각한다. 내가 저 세계에 없다는 것? 추방된다는 것? 내가 저걸 쓰지 못했다는 것? 내가 저 무대에 없다는 것? 그런 씨발같이 자아 비대한 생각?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연극을 하는데요" 음...

 

어쨌든 간에 배우란 그리 대단한 직업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외로움에 대해 토로한다. 우동집에서 유부우동과 새우초밥을 먹으면서 솔직히 홍상수 영화의 김민희처럼 얘기한다. 정말 마시지 않고도 취한 것처럼 말하시네요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우리 주변의 모두가 조용해졌다. 우리만 떠들고 있다. 일상 속에 이렇게 방백이 있고 내 역할은 ()

 

입을 다물자면 끝없이도 과묵할 수 있는데 그날은 말이 많았다. 헤어지고 싶지 않고 계속 끄집어내고 싶어서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강변에 앉아 떠들었다. 카페가 문을 닫아선 내 집까지 걸었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집 앞 공터에 앉아 울었다. 지난 주에 운 얘기에 대해서 또 했다. 어느 날은 남들의 이야기가 듣기 싫다. 어느 날은 남들의 이야기가 무척 듣고 싶다. 그들이나 나나 다름없을 때마다. 어제가 후자 같은 날이었고 또 나는 나 같은 인간들만 궁금해하는구나. 얘기가 통하는 상대라는 건 결국 그런걸까? 이제 나는 가난하거나 성적으로 결핍되거나 구직중이거나 신경처리장애가 있거나 일을 쉬지 않았거나 피곤한 그야말로 나같은 사람들과만 얘기할 수 있는 건가? 언제는 오픈 마인드만 있으면 누구랑이나 친구할 수 있다며?

 

많은 고백을 했는데 그중에 뭐가 진심이었을지 모르겠다. 가끔은 그렇게 흘러가서 그렇게 되어버린다. 내가 그렇게 노를 젓기도 했지만 바람이 그 방향으로 불기도 했다. 내가 이해받는다는 게 이상하다. 우리가 함께 있는데도 각자 외로워한다는 게 이상하다. 그녀를 내 방에 재우지 못하고 혼자 보낸 게 마음에 걸린다.

 

남들이 무심하다는 이유로 나는 무심해진다.

 

한 달여 만에 딸을 쳤는데 성감이 너무 크게 다가왔다. 두려워져서 한 일 분 찌끄리다 말았다. 발기부전의 나날이 지속된다.

 

병력을 숨기려고 한 게 아니라 일부러 고백하지 않은 지가 꽤 됐는데, 실제로 그때의 나는 내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오늘은 레이브 파티에 갈 수도 있다. 오늘은 운전 면허를 딸 수도 있다. 광과민이라고 말한다. 면허 딸 때를 놓쳤다고 말한다. "그럼 어떻게 되는데?" "돈 달라고 말 안 했잖아" 다시 생각해보니, 난 멀쩡해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발작을 할 때 나는 그걸 잘한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실신 지연을 겪겠지만 솔직히 어느날부터는 당혹스럽지도 고통스럽지도 않다. 아프다는 감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너무 멀쩡한 정신으로 자기 처신을 할 수 있다. 빨리 끝내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스토예프스키처럼, 그처럼 영성적인 임사체험을 하지는 못했는데, 길어지면 길어지는대로 혼자 있었고, 발견되길 바랐다. 발견되고 싶었다. 지금 그걸 바란다. 너무 오랜 시간을 시간낭비하며 보냈음에도, 차라리 유예할 수 있었고 용서받을 수 있었던 그 때를 원한다. 나는 재활 혹은 재사회화에 실패했다. 잘못된 때에 잘못된 곳에서 잘못된 몸으로 잘된 척을 해야 한다. 강박적인 그 짓들이 나를 제자리에 돌려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발견되길 바라면서, 그때 그 짓의 이름이 지랄이고 지랄의 쓰임새를 생각하면 절묘하다. 내가 어디까지 나아져야 하는데? 나아지겠다는 일념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지?

 

마법 같은 일들은 종종 일어나지만 비참함을 깨끗이 없애주는 덴 마법보단

 

잘 해보려고 한 선택들이 나를 족쇄처럼 옭아맨다(지팔지꼰). 사회는 개인의 총합이 아니고 전체성은 개별성의 포괄이 아니다. 멋진 날들이 멋진 인생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멋진 날이었다. 

당신은 국제적인 여행자입니다
2026.03.03

거기서 나는 수배자였는데 아무래도 사람을 죽이든 큰 사기를 치든 했었다. 텔레비전 뉴스 프로그램에서 나의 웃는 증명사진이 있는 걸 보고 애인의 집에 들어가 숨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고 있다. 나는 열쇠가 있어 집에 몰래 들어간다. 그녀의 자는 얼굴, 옆에 협탁에서 현찰을 몇장 가지고 나왔다.

 

화장실에서 면도나 하고 머리에 왁스나 바르고 나가려고 했다. 도망자더라도 품위 있을 수 있지. 분명 내 얼굴은 데일 쿠퍼나 트루먼 버뱅크 같았는데 

 

지하철 역에서 역사의 경관이 나를 알아보았을 것이다. 난 하다하다 도망치다 못해 손톱으로 타일을 뜯어내고 땅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었다. 쥐구멍처럼. 땅을 파고 들어갔는데 체크무늬 벽의 기나긴 통로가 나를 빨아들인다. ("사실 그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고전적인 클리셰야") 꿈 속에서 여기의 단서를 흘금 엿본 것 같아.

 

MI6 요원들마냥 차려입은 사람들이 통로를 지나간다. 나 같은 애새끼가 아니라 베테랑들. 트랜치코트를 입고 멋진 모자를 쓰고 품에서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 줄 아는, 그 공간에 있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듯이 휘적휘적 걷는 사람들. 그들은 일상을 가장하는 스파이야.

 

친절한 지배자가 설명한다. 나는 독일의 지하철역 공중전화기와 방콕의 은행 한켠과 이집트의 피라미드 안이라든지 웃기는 곳들에 떨어지고 그는 귀에 때려박히는 음성으로 말한다. "당신은 국제적인 여행자입니다." 그런데 난 여권이 없잖아.

 

복도를 걷다보면 여기가 아닌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내 신분은 무의미해진다.

 

길치인 나를 위해 베테랑 선배 동료는 말해준다. "굳이 타일을 뜯거나 전화부스를 찾지 않아도 돼. 네가 바란다면 입구가 네게 갈 거야. 그 공간은 간절함을 읽거든." 그런데 거기 오래 갇혀 지낸 기분이 들어.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맨 기분이 들어.

 

잘못된 걸 고쳐야 해. "분명 여기서 시작했을 거야." 다시 시작하면 돼. 나는 잠든 애인의 얼굴을 본다. 달러 지폐 없는 텅빈 서랍이 열리고, 음, 이제 좀 일어나자. 너는 여행자는 아니잖아.

삼월의 비가 쏟아져 세상이 점점 싱거워지고 있었다. 새벽에 린치의 작품 몇개를 받았다.

Remembering PJ
2025.12.23

세대 죽이기라는 이름의 이라크 전쟁을 다룬 시리즈에서 그는 잠을 못 자는 통신병이다. 그 마른 얼굴에 선글라스가 씌워진 포스터. 다른 출연작으로는 유명한 더 와이어가 있고 내가 본 걸로는 션 베이커의 초기작들이 있다. 탠저린. 스타렛. 어쨌든 얼굴에 어울리는 배역들을 했다. 배우란 꼴에 의한 직업이다. 호리호리하고 허여멀건하고 울적한 인상. 정말로 그는 약물 과용 문제를 겪었었고 본격적인 출세작 이전에 극복했다.

 

극복. 사실 그건 끝없이 연기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소셜 미디어 스타처럼 굴던 그는 최근엔 포스트가 드물다. 21년 5월의 글을 기억한다. 안녕 팀. 당신은 나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내 이름은 제임스 랜슨, 하지만 당신은 나를 PJ로 알고 있겠죠. 나도 그를 PJ라고 기억한다(무슨 약자인지 여전히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아마도). 그 편지는 사실상 그의 어린 시절 성학대에 대한 고발이다. 위협적인 아버지 아래서 자라난 그를 위해 행동 교정 차 불린 가정교사. 이십년이 지나 그걸 끄집어내는 이유는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에서야 소지품을 정리하며 그의 성씨를 알아냈기 때문이었고, 그가 어느 학교의 교감으로서 여전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그는 신고했다. 당시엔 코로나로 학교가 닫아서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제임스는 결혼했고 그 해에 자식을 얻었다. 그 편지는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씌인 것이 아니라고 제임스는 밝힌다. 그는 단지 팀이 사임해야 한다고 말할 뿐이다. 심지어 말미에 그는 

 

그래서 나는 그들 중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시절 비슷한 학대를 경험했다는 걸 알아요. 그들은 그들에게 일어났던 트라우마를 재현하면서 자신을 정당화 하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려고 들죠. 이렇게 생각해보면 당신을 학대한 사람도 가까운 사람이었나 봐요. 가족이었을 수도 있고요.

 

간청할게요. 당신 내면의 사건과 맞서세요. 

 

올해--2025년에 그의 출연작이 있는 걸 본다. 소셜 미디어의 신앙심 넘치는 글을 본다.  그가 아내와 자식을 가진 걸 안다. 그리고 어제 그의 부고를 듣는다. 타계는 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고 자살했다고 내게 들려온 건 그들은 원치 않던 유출이었던 것 같다. 유족인 아내는 정신질환자 가족들을 위한 모금을 포스트했다. 거기까지 본다.

 

어떤 사람들은 부고 소식에 대고 지난 날의 성학대 고백을 연관 짓는 나같은 타인들이 역겹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역겨운 인간, 그럴 수밖에 없다. 그의 배역 이상으로 그의 편지 한통에 위로받은 적이 있다. 언제나 생각했건대 어린 시절의 나쁜 경험은 결국 스스로를 그래도 싼 인간으로 자라나게 한다. 중독과 가학적 관계 끝에 어느 순간엔 반대로 가해자의 위치에 있는 나를 본다. 어떤 수치심은 한 순간에 있지 않고 삶 전체가 된다. 과거에 골몰하는 건 스스로를 망칠 좋은 핑계가 되어준다.

 

"용서는 스스로를 위한 선물입니다. 모두를 용서하세요" 마야 안젤루

 

그의 연기는 일종의 연극 치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가 말로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자신에게 관대했기를 바란다. 나보다는 스무 살이 많고 나의 아버지보다는 열 살 어리다. 여전히 그를 강한 인간이라고 기억한다. 사랑스럽고 그립다.

 

그게 다예요, 친구들!
2025.12.08
가난한 자취생의 특별한 야식
 
자정이 넘어 편의점에 갔다가 첫눈을 봤다. 그때 난 엑스맨 매그니토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고. 다음날 은하와 도서관에서나와 저녁을 먹으러 갈때 다시 눈이 내렸다. 그다음날 출근할 때 본 눈사람
 
시공사 블랙프라이데이 배송왔는데 택배테이프가 스파이디라서 웃었음
 
대구에서 뵈었던 팟이 감사하게도 대전에! 사실 애프터눈 티세트는 얼마나 실하든간 먹을 때마다 이값일 일인가 싶긴하다. 왜냐면 초코파이 24개입 먹으면 되잖아

(물론 경험을 사는 것이다. 맛있었다)

예약 시간대에 세팀이 있었는데 사장님이 박수 짝치고 디저트에 대해 설명하신다. 파인다이닝 쉐프랑 다를게 없는데 그 중앙에서 서서 박수짝이 너무 더메뉴의 랄프 파인즈를 연상시켰달지

 

근처 안경점에 잠깐 들렀는데 수조가 얼마나 많던지 거의 횟집이었음

 

 

헤어지기 전에 노래방에서 오타쿠 노래 불렀는데 <이름 없는 괴물>을 모두가 아는 건 아니더라. 문화충격

대전역에서 헤어졌다. 벌써 그립고 다시 보고 싶다

 

이번 주에 읽은 코믹스들

그렇다 이제 나는 엑셀에 트래커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친구가 먼저 낸 아이디어였는데 내가 먼저 완성했다. 이런 식의 자폐적인 정리 작업에만은 좀 우수하다

 

JLI 초반 이슈들. 말도 안돼 이렇게 재밌다고? 키스 기펜과는 개그코드가 잘맞는다 수준이 아니라 나의 뇌를 가져다가 80년대에서 연구해 내놓은 코믹스 같다.

냉전 시기의 정치적 산물이며 인터내셔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시절 국제정세를 읽을 수 있다. '진짜 깡패국가 러시아'가 등장하고 레이건이 패널 속에 있다(우리의 가이 가드너는 그를 심지어 '로니 보이'라고 부른다).

 

애니멀맨은 이슈마다 소재로서 완결성 있다 볼 수 있고 그런면에서 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집을 보는 기분도 든다. 버디 베이커의 능력은 동물의 성질을 빌려와 사용하는 것인데, 어찌보면 쉐이프시프티가 아닌 비스트 보이랑 다를 바 없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시리즈의 작가가 그랜트 모리슨이란 걸 생각해보자. 능력이 스케일이 아주 미시적이어지거나 아주 거시적이어질 때. - 거기에 메타픽션까지 더해지다니. 이슈 #4 #5 #6 은 매편 전율하면서 읽었는데, 특히 #4는 DC 최고의 이슈로 꼽을 수도 있다.

 

<52> 만화도 훌륭하지만 이런 작업을 시도한 것 자체가 훌륭하다. 지금까지의 많은 역사를 하나의 세계관 안에 통합해놓고 스토리상의 교통 정리까지 하려는 시도. 52개의 우주라는 세계관 정립. (그런데 이렇게 해놓고 뉴52라는 이름이 망친다고? 믿기지 않네.) 게다가 그 고된 작업을 삼류 캐릭터와 오리지절 캐릭터들에게 몫을 주었으며 가장 훌륭한 필진들을 데리고 합작으로 내놓게 했다.

 

르네 찰리 케이트에 대해서, 마이클과 테드에 대해서, 버디와 코리와 아담 스트레인지에 대해서, 스틸에 대해서, 랄프에 대해서 할 말이 많아지고 애정을 참을 수 없다. 심지어 광인 과학자들도 더보이즈에나 나올 것만 같은 틴에이지 히어로팀도 강렬하다. 절대로 모든 캐릭터를 알 수 없는 세계관에서 모든 캐릭터를 사랑하게 만든다는 건 뭘까?

80억 인류에 대한 인류애? 휴머니스트야 이거?

 

단행본에서는 작가 노트란을 볼 때마다 이런 재밌는 이벤트의 일원이 된 인간들이 창작하는 마음으로 무척 부럽다. 한편으로 라이터진 빅4는 캐릭터들 제각각이 그린 듯하게 생생하고 원탁 회의의 풍경이 상상되는 것이다. 특히 그랜트 모리슨...(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스코틀랜드어를 하는 주정뱅이, 자폐인, 천재다)

키스 기펜 역시 주변의 증언은 물론 당신이 쓴 작가 노트만 봐도 성격이 보인다. 안타까운 청소년 살해 장면에다 대고 "징징대는 꼬맹이 짜증났는데 시원하게 보내버렸다"라고 하는 터프함

그리고 새삼스럽지만 그렉 러카가 쓰는 여자 캐릭터가 좋다. 그의 현실적이고 좁은 이야기들, 내면으로 파고드는 음울함에 매료된다.

정말 이런 기획은 다시 없을 만하군. 마치 텔레비전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작가진이 모여 매일 출퇴근하는 광경 같은

 

내 어깨를 흔들어 보세요. 살아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2025.11.30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와 <체리 향기>를 보았다. 둘 다 마지막의 긴 시퀀스가 인상적인데,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체리 향기 쪽이 더 묵직하게 와닿는다. 자신을 땅 속에 묻어 죽여달라고 부탁하며 히치하이커를 태우는 남자. 그는 말단 군인과 신학생을 거쳐 어느 박제사 노인에 이르러 체리 한 알에 관해 이야기를 듣는다. 그가 비와 천둥 속에서 눈을 감았을 때 보이는 눈꺼풀. 그 조용한 어둠. 마지막에 다소 어색하게 삽입된 메이킹 필름은 마치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그렇게 눈을 감는 것으로 끝나는 영화가 또 있었는데. 아마도 Cerrar los ojos.

 

주말 저녁 늦게 원오의 집에 찾아간다. 어김없이 그의 집 고양이는 낯선 나를 무척 좋아해서 꼬리를 흔든다. 다음날 아침엔 혜화에서 이태원으로 간다.

 

원래는 경연을 만나려고 했는데 전날 밤 너무 늦게 잠든 그는 뒤늦게 경기에서부터 출발하기 너무 고되었나 보다. 단둘이서 사라바나 바반에 갔다. 도사라고 하는 빵과 콜리 플라워 튀김을 먹었고 아주 매운 카레들. 향신료가 들어간 카레에 익숙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번주의 컨디션은 영 아니었는지 매운 음식을먹기가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원오는 예상했듯 너무 좋아했고 "근데 내가 인도 음식을 좋아해" 그가 말하면 내가 "알아 씨발"이라고 답한다.

 

일부러 평일에 시간을 내어 이태원을 향한 것은 그래픽에 가기 위해서였다. 여긴 정말 한국어 정발본은 다 있었고 난 블랙키스트 나이트 세권을 읽기로 목표한다. 세 책을 이슈마다 번갈아 읽으면서, 그리고 삼십여 분간 졸면서. 그린 랜턴 다섯 권을 읽은 다음에, 수어사이드 스쿼드 배드블러드와 할린을 읽었고, 폴 디니와 알렉스 로스의 월드 그레이티스트 히어로즈 시리즈까지 본다. 원오는 그동안 하비비(나의 추천작이었으나 정작 나는 읽지 못했다), 나우시카, 피의 흔적을 보았다. 우린 한 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나갈 때는 열 시였다. 내려갈 땐 이태원 골목을 밤나들이하듯 걸어서 녹사평역에서 전철을 탔다.

블랙키스트 나이트에 대해서: 블랙 랜턴이 좀비 같은 거였다니. 스케일은 오히려 시네스트로 군단의 역습이 더 큰 것 같고, 오히려 이 이야기는 과거의 죽은 인물들을 애도함과 동시에 되살리는 것이기도 하다. 본편이 가장 화려하고 작화도 멋있지만 토마시의 군단 이야기도 좋았는데, 시네스트로와 소라닉 나투의 관계는 마치 다스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 같고, 소담 야트의 희생, 카일 레이너와 가이 가드너의 의외의 우정이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월드 그레이스트 히어로즈 시리즈의 좋은 점은 물론 첫째로 알렉스 로스의 경외감 드는, 장엄한 작화고, 나머지는 이들이 "하늘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세계의 낮은 곳에서 활동하는 모습 때문이다. 원더우먼이 히잡을 두른 여자들 사이에 숨어있다가 그녀의 수영복 같은 코스튬을 드러내거나, 빌리 뱃슨이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이웃집 아저씨의 문을 두드린다거나.

 

약속 날짜가 이번주말이 된 건 순전히 영상자료원에서 토요일에 <백색 공포>를 상영했기 때문이다. 원제 Panic in the Needle Park인 이 영화는 어린 시절의 알 파치노가 주연했으므로 나름 우리의 위시 리스트에 있었기 때문이다. 영자원에서는 사랑과 중독이라는 테마로서 <크리스티아네 F: 우리는 초역의 아이들>이라는 영화를 연달아 상영했는데 그것도 함께 보았다. 그건 또 데이빗 보위가 나온다는 이유로 골랐지만 막상 보니 보위는 배역이 없었고 정말로 보위였다. 등장인물들이 보위 팬이었다. 두 영화는 약쟁이 남자에게 사랑에 빠져서 약을 시작했다가 몸을 팔게 되고 파멸하는 여자들이라는 스토리 라인을 공유하는데, 사실 백색공포는 마약에 대한 위기감을 주는 영화는 아니었고, 크리스티아네 F는 슬펐다(그들은 너무 어린 아이들이었고 약을 주고 몸을 사는 행인은 어른들이었다. 그리고 금단증상을 견뎌내는 그 지옥도).

마침 영상자료원에서는 디깅 사운드트랙 전시를 하고 있어서 이 수많은 피지컬 앨범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런 데에 오면 사실 아는 척하는 재미밖에 없지만. (한국) 영화의 역사에 대한 상설 전시도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고. 언제나 KOFA 상영관만 갔던 나였으니

 

화곡동 니코니코 라멘. 이건 우리가 저녁은 뭐 먹고 헤어질까 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로 우리 중엔 라멘 마니아가 있기도 했거니와 '여왕의 먹이' 만화에 출연한 식당이기도 하다(일종의 성지순례). 이날이 아니면 영영 여기에 들를 수 없을 것 같기도 했다. 너무 맛있는 매운 돈코츠 국물과(난 장을 반이나 덜어놓고 먹었다) 탱글탱글한 차슈와 달걀

 

길가다가 니들 파크에서의 중독자들 흉내내잡시고 컨셉샷 찍음. 왼쪽분 다리가 너무 기네요

 

지영 씨를 만났고 그녀가 맞기 전에 우리는 화곡에서 혜화로 막 온 참이었다. 그게 20시쯤이었는데 그녀는 21시 20분 무렵에 왔고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기 (정확히는 신발을 신고 벗기가) 귀찮았던 우리는 길가에서 시간을 때웠다. 집 앞이지만 평생 먹지 가지 않을 것 같은 카페에 간다든가 무인 가챠샵 따윌 본다거나 거리에서 라이브 콘서트하는 아마추어 가수들한테 "내가 불러도 이거보단 잘 부르겠다"고 비아냥하거나 공원 놀이터의 나무 도막을 타고 오르고 뭐 그런 식으로.

아무튼 우린 고스트 마라찌라는 상품을 먹고(마라샹궈인데 닭이 들어간 음식으로 네이버 스토어에서 파는데 배송이 12일 걸렸다) 두부게이 음료를 마시고 대화한다. 새벽 세시까지 대화한다.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멜라토닌 구미를 두 개 도핑해놓고 한 시간을 더 누워 이야기하다가 잠든다. 코믹스 캐릭터 얘기를 하다가 게임 얘기를 하다가 서로 누워서 근육 풀어준답시고 마사지도 하다가. 원오는 사소한 자기 얘기는 꽤 많이 하고 언제나 주제를 자기쪽으로 전환해버리곤 하면서도(그런 게 매력일 것이다), 사실 게임을 한다든가 덕질을 한다든가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을 갖고 의외로 삼가는데 이날 보니 원오가 얼마나 게임에 미쳐 살았는지 알겠다. 그리고 그는 나와 달리 거기서 인생을 살고 감정을 소비할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타고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다음 날 아침에 난 너무 늦게 일어났고 우린 한 시가 넘어서야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장한평에 가서 소기의 목적이었던 다이스 라떼에 간다(전주부터 미안하다곤 했지만 원오는 거의 나에 의해 한 주말을 끌려다녔다. 물론 좋게 말하자면 우린 공통의 친구를 만나고 난 거의 파티 플래너로서 수행하고 있었다). 다다음주에 연다는 행사 서울 코믹 위크에 대한 예비 탐사로서 트래비스 무어의 커버도 사고 나의 프리오더 주문을 픽업하기 위해서. 전자상거래에서는 한달씩 고민하고 사지만 이런 가게에 오면 마치 마이클 잭슨처럼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라고 말하게 된다. 단행본도 있는 고담 센트럴을 몇 권 샀다(제일 좋아하는 이슈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그 표지를 좋아하니까). 빅 이벤트인 DC KO와 나이트 파이트. used book이지만 원더우먼 gods of the gotham도 샀고(필 히메네즈의 그림을 좋아해서), 앱솔루트 배트맨의 볼륨 1(이게 벌써 나왔구나)과 쌩뚱맞게도 맥스웰 로드에 대해 엮은 책을 샀다. countdown to infinite crisis를 보면서 테드 코드와 부스터 골드에 빠진데다가 덕분에 요근래는 키스 기펜의 JLI를 읽고 있기 때문에. 그 책이 그것들과 sacrifice에서 원더우먼이 맥스웰 로드를 죽이는 장면 등을 엮어놓았다. 어쨌든 실물로 갖고 있을 만한 나쁘고 좋아하는 패널들이라서(죽는 장면들이 좋아하는 장면들이라고? 그렇다)

KO의 폴리백 커버를 사가는 사람은 많았어도 매장 안에서 뜯어보는 사람들은 우리가 처음이라며 사장님이 구경하셨다. 지영씨가 코믹위크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친절하셨다).

장한평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난 원오의 집에 손목시계와 티셔츠와 속옷을 두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어김없이 옆자리 사람의 어깨에 머리를 기울이며 잠들었던 것 같다. 사과했지만 그는 이어폰을 끼고 있어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시내버스에서는 발을 밟혔는데 밟은 사람이 두리번거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난 민폐를 끼치고 있고 또 폐를 입는다. 지영씨에게는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 굿즈들을 가져다주었는데 그녀 역시 내게 선물을 주었다. 세상에는 총량이라는 게 있어서 잃는 만큼 얻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무능에 대해서 비난할 수 없게 된 것은 내가 무능해진 이후였다. 왜 경험해 본 다음에야 연민할 줄 알게되지? 그러고 보니 원오가 <하비비>를 읽고 똑같은 얘기를 했다.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 때문에 쓴 문단: 스포츠 글감을 첨부하란다. 사실 난 열광적인 스포츠 팬이 되어본 적이 없다. 내 아버지는 프로야구가 개막하기 전에 고교야구부터 좋아했고 창단 때부터 엘쥐를 응원했다. 요근래 우승하고 코리안시즌에서도 왕좌를 지킨 이 구단에 아빠는 얼마나 설렜을까. 금요일에 그가 전화했는데 받지 못했다. 토요일에 건 전화를 받고 보니 왜 부재중 전화를 보고 콜백하지 않느냐며 꾸지람을 들었다.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변명하는 나에게 그는 그게 아니라 그만큼의 애정 아니냐며 투정을 부렸다. 가벼운 장난이겠지만 자식된 도리로서 갑자기 사무치게 미안했다. 가끔 나도 소홀한 상대방에게 내가 그정도 우선순위라는 데에 너무 괴롭다. 하지만 내 아버지는 언제까지고 전혀 그러지 않을 냉혈한인 줄 알았는데.

IT'S ABOUT ACTION
2025.11.23

졸전을 보러 온 다운씨와 오랜만에 청주에서 만났다. 그날은 내 강의도 일찍 끝나 오후 서너시부터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죽치다가 노래방도 갔다가 세시간 하는 영화까지 본다. 우리는 삼년 전에 여기서 자주 만났던 추억을 되새긴다. "좋은 시절이었죠. 그땐 그게 좋은 줄도 몰랐는데" 마치 이상은의 언젠가는 가사 같은 말이 나온다. 노래방에서 애니메이션 주제가 같은 걸 부르는데, 세상에 십년 혹은 십오년 전에나 듣던 노래를 아직도 이렇게 잘 부를 수 있다니.

 

<국보> 영화는 패왕별희를 연상할 수밖에 없는데(그건 경극이고 이건 가부키, 어쨌든 전통극에서 여성 배역을 연기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 '온나가타'라는 소재), 문화대혁명을 겪으며 폐허가 된 중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현대에까지 이르러 국보가 된다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캐릭터는 오로지 무대에서 연기함에만 정신을 쏟고 주변의 풍경은 뒷전으로 한다. "당신을 내 아버지라고 생각한 적 없고 당신은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최고의 연기자군요"라고 인정하는 희생된 가족들. 영화는 선형적으로 흐르지만 관객에게 보여지는 시간은 분절적이다. 마치 노인이 자신의 일대기를 회고하는 것처럼.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책을 몇권 주문했기 때문에 자리를 만들기 위해 책장을 또 정리했다. 주에 한권 이상은 구매하다보니 주말마다 이짓을 하게 된다. 일본 만화 칸은 죽으려고 하는 게 눈이 보이고. 소설 포함 일반도서 단행본은 대부분 거실 책장에 꽂아두었는데 역시 저런 식이다. 세운 책 위에 눕히고 책장 정리라기보다는 테트리스에 가까운 행렬.

 

Countdown to Infinite Crisis - The OMAC Project - Sacrifice - Villains United - JLA Crisis of Conscience 이 여정을 달린 뒤 드디어 <인피닛 크라이시스>를 읽었다. 본편만큼이나 이전의 미니 시리즈들이 재밌었다. 특히 부스터 골드와 블루 비틀의 이야기.

"당신 지구의 딕이 내 지구의 딕보다 나은 거요?" … "아니."
"완벽한 세계엔 슈퍼맨이 필요 없지."
"It's about what you do…" "…It's about action."

주제면에서는 킹덤 컴하고도 비슷한데, 마크 웨이드랑 알렉스 로스가 이미지 코믹스의 출현과 함께 타락한 90년대 DC에 대한 일종의 회한을 그려냈기 때문에. 다만 그것은 창작자로서 신화적인 인물들로 쓰겠다는 다짐이고, 그런 동시에 인간 곁에 있어야 된다는 모티브(데일리 플래닛 다이너로 대표된)를 담아낸다.

반면 인피닛 크라이시스에서는? 제프 존스가 사람들은 나이트폴을 잊지 않는다고 밝혔듯, 제이슨이 죽고 배트맨이 베인한테 허리 부러진건 모두가 기억하는 역사다. 앨런 무어는 애들 보는 만화를 이 지경으로 만든 이 짓거리를 끝내자고 하고, 우리(독자)도 정말 슈퍼맨과 저스티스와 골든 에이지를 그리워하는데(심지어 잘못 쓰인 캐릭터들을 한심해하고 내가 해도 더 낫겠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크라이시스로 초기화하고 리부트한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나? 그 세계가 과연 더 나은 세계가 되나?

인피닛 크라이시스는 정말이지 제프 존스--한때 팬보이였던 작가가 쓴 책이고 독자로서 역사를 총망라한 것이다. 당신들이 해왔던 모든 한심한 것들이--다른 말로 하자면 당신들이 써왔던 모든 한심한 이야기들이 정사라고. 개중에는 좋은 것들도 있었고 나는 그 모든 것을 보면서 자라왔다고 말이다. (이후에 모리슨이 쓴 배트맨을 생각해보면 더 세련된 방식으로 과거의 유산을 오마주할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이 이벤트가 더 이전이었으며 또 이 투박한 애정 만큼은.)

 

아주 멋진 그린 링 젤리 사진

크라이시스와 병렬적으로 그린 랜턴 시리즈를 읽고 있고, 오늘로써 <시네스트로 군단의 역습>을 끝냈다. 기대를 많이 걸었는데, 어쩌면 난 스케일에서 재미를 보는 타입보단 미시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다. 내주 주말에는 이태원 그래픽에 가서 블랙키스트 나이트 시리즈를 읽을 생각이다. 결국 <52>와 <파이널 크라이시스>는 읽지 못하고 가는군.

내년엔 졸업하지만, 가능하다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 살고 싶어서 동기와 함께 입사 신청을 하려고 한다. 요 근래 매일같이 도서관에 함께 가곤 하는 그도 나처럼 복수전공생이라 마지막 학기까지 취업하지 않았고, 우리는 둘 다 취업전선에 바로 뛰어들기보다는 시험에 매달려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마라톤하듯 코믹스를 읽고 쳐야하는 마감에 맞춰 글을 쓴다. 어쨌든 불안이 있을지언정 자기혐오와 싸우진 않는다. 내 체념, 사람들은 그게 나쁜 개념인 줄 알지만 누군가에겐 구원이라는 것, 나는 일종의 히피이고 멋진 하루를 꾸리는 게 멋진 인생으로 확산하리라고 자위한다. These are crazy days but they make me shine... Time keeps rolling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