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넷플릭스 드라마 리뷰: 세월의 아우름을 형상화하는
2025. 1. 12.
/
sight
이 소설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있기 때문에 빛을 발한다. 안개로 둘러싸인 듯한 마을을 손으로 짚어가는 모호함, 영상으로는 어떻게 옮겨야 준수할까?
처음의 감상은 이렇다: 마르께스의 수다스러운 문체가 분절되고 정제된 나레이션으로 대체되고, 세련되고 구체적이며 수려하고 만들어놓았다. 특유의 요란하고 비문명적이고 더럽고 말하자면 천박한 재미가 반감되었다. 말도 안된다고 부정하면서도 더 얘기해달라고 조르고 싶은 재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상화가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음은, (배우 캐스팅의 적절성, 마술적 사실주의를 충실히 재현해낸 환상적 영상미도 물론 그렇지만) 시간의 표현이 무척 자연스러운 것이다. 캐스팅과 분장, 배우의 호연, 적절히 지어진 세트와 컴퓨터 그래픽, 모두 시간을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우르술라와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가 젊은 시절 처음 마을을 떠나와 마꼰도를 찾았을 때부터 장례를 치르기까지. 한 가문과 마을의 설립자가 뜨고 저무는 과정. 같은 이름으로 지어진 손아래가족들이 나름나름으로 비슷한 운명을 공유하는 일대기. 태초의 모습을 한 이 자유로운 공동체는 어떻게 정치화 되는가.
인물의 성장과 노화, 마꼰도의 발전과 체제편입, 대물림되고 되풀이되는 개인과 공동체의 역사, 그것을 모두 알고 있는 세월의 아우름, 즉 '백년의 고독'을 형상화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