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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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글로브 사에 새로운 편집장이 부임한다. 그는 스포트라이트 부서가 카톨릭 사제의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도록 지시한다. 처음 한 사제의 성추행 사건을 추기경마저도 묵인해준다는 것에서 출발해서, 이처럼 성폭력을 저지른 사제가 수도 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카톨릭은 그들을 교구를 옮겨줘가며 옹호한다는, 이것이 보스턴 뿐만 아니라 전세계 단위의 일임을 스포트라이트 팀은 밝혀낸다. 영화는 수많은 좌절에 부딪치면서도 끈질기게 취재하는 스포트라이트 팀을 매끄럽고 긴장되게 연출한다. 마이클 키튼, 레이첼 맥아담스, 마크 러팔로 세 배우의 각각 냉소적이며, 진지하고, 온정적인 연기는 그들을 정말로 '있음직한' 기자처럼 보이게 한다. 영화는 끊임없는 인터뷰의 나열인데 화면을 메우는 것은 배우의 표정이고 사운드를 메우는 것 또한 인터뷰 음성이다. 피해자의 인터뷰가 나오더라도 쉽사리 플래쉬백을 쓰지 않는 강건한 선택은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자극적 회상 영상을 틀어주지 않는다. 대신 오로지 대사의 힘으로써 승부한다. "울더군요"와 같이 지극히도 담백하게 전하는데, 그것만으로도 꽤 많은 심정이 가늠간다. 신문의 골자를 읽는 듯한 진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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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소송을 준비하면 에릭 매클리시라는 변호사가 사건을 맡는다. 그는 보스턴 카톨릭의 돈을 받는 변호사로서, 피해자로 하여금 카톨릭의 합의금을 제공받는 대신 소송을 취하하도록 설득한다. 어차피 재판을 진행하게 되더라도 카톨릭에서 입김을 불 것이고, 으레 피해자들이 종용받듯 소송은 길고 험난하며 돈이 많이 드는 전략이라고 말이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에릭 매클리시와 마주치며 그를 악인으로 본다. 취재에 협조해주지 않는 매클리시에게 양심을 묻는다. 그런데 그는 심지어 보스턴 글로브에 합의를 받은 사제 목록을 보낸 적까지 있었다. 그런데 이보다 이전에 그것을 대수롭지 않은 기삿거리라 여겨 무시해버린 주체는 스포트라이트 팀장 로비(마이클 케인 분)이었다. 보스턴 글로브 내부 한 기자 또한 호소적이며 신경질적인 피해자 모임 일원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다. 그가 너무 분노했고 또 전국적인 범죄라는 것이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며.
처음 문제를 제기한 소송의 변호사 개러비디언은 이민자다. 처음 취재와 보도를 결정한 새 편집장 마티는 유대인이다. 그들은 보스턴에서 이방인이다. 개러비디언의 말에 따르면 보스턴은 "시민들이 아이가 성폭력 당하는 걸 보고만 있었다". 말하자면,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 한 마을이 필요하다면 한 아이를 성폭력하는 데에도 한 마을이 필요하다. 보스턴의 권력 집단이며 보스턴 시민들의 신앙이 집결되는 카톨릭을 무너뜨리는 것을 보스턴 시민들은 할 수 없다. 신뢰 사회를 나서서 망가뜨리는 일은 쉽지 않다. 보스턴과 무관한 이방인들만이 밖으로부터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린 어둠 속에서 넘어지며 살아가요. 갑자기 불을 켜면 탓할 것들이 너무 많이 보이죠.
-영화 스포트라이트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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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의 각본가 조지 싱어가 쓰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영화 더 포스트는,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를 다룬다. 펜타곤 페이퍼란 미합중국이 베트남에 직접적으로 개입했으며 이를 위해 전쟁을 개시했음을 기술한 보고서로, 정부 내 최고 기밀 문서였다. 당시 국방부 자문 위원이던 엘즈버그는 이 문서를 하나 하나 복사하여 언론에 유출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것을 연재 기사로 싣기 시작했으나, 대법원에서는 뉴욕 타임스의 보도가 미국의 안보 이익에 치명적이라며 뉴욕 타임스에게 공표 금지 명령을 내렸다. 베트남전은 최고의 군대를 가졌다는 미국이 패배한 전쟁이다. 미국 시민은 이기지도 못하는 전쟁에 자신들의 아들을 보내야 함에 절망했다. 심지어 펜타곤 페이퍼는 미 국방부가 패배하리라 이미 알고 있었음을 시인한다. 시민들의 분노를 사지 않기 위한 법원의 조치는 독재 국가적인 발상이었다. 공표 금지 명령은 자유 국가 미국이 언론 출판의 자유와 시민의 알 권리를 묵살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이 상황에서 워싱턴 포스트는 틈새 시장을 먹는다. 유서 깊은 언론이긴 했으나 지역 신문사에 불과하던 워싱턴 포스트는 같은 밀고자로부터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하고, 뉴욕 타임스가 물을 먹은 사이 그들이 보도하기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 입수에 공을 올린 건 배그디키언(밥 오덴커크 분)이며, 취재에 열을 올린 건 편집국장인 브랜들리(톰 행크스 분)다. 그리고 최종 공표 결정을 내리는 발행인은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 분)이다. 이들은 같은 정보원으로부터 입수한 페이퍼이므로 뉴욕 타임스에 가해진 것과 같은 법원 명령으로 사법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워싱턴 포스트는 폐간되고 캐서린은 수감된다.
캐서린은 펜타곤 페이퍼 연구자와 친우였으며 심지어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 대에 세워져 남편이 일임하고 그런 남편이 자살하면서 넘겨진 워싱턴 포스트의 최고발행인이다. 그녀에게는 워싱턴 포스트 하나가 가족이자 유산이며, 그녀 앞으로 남은 유일한 재산이다. 그런데도 전화 통화를 통해 공표를 결정하는 캐서린의 표정은 가히 해방적이며, "갑시다, 가요, 가요, 가요, 가세요, 발행하세요."라는 허가의 떨어짐은 결연하다. 스필버그의 연출은 강렬한 드라마를 선보이고, 메릴 스트립의 진솔한 연기는 유약하고 수동적인 위치의 여성이 어떻게 용기를 내는지 설득한다. 이동진 평론가는 영화에 대해 "시종 뉴욕타임즈가 아니라 워싱턴포스트가 주무대인 이유. 결국 남성편집국장이 아니라 여성발행인이 주인공인 이유"라고 평한 바 있다. 최고 언론으로서 많은 독자의 지지를 담보하고 폐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뉴욕 타임스는 보도를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커리어를 잃는 것이 아니라 명예를 얻을 것을 생각하고 야망을 좇은 편집국장 브랜들리는 보도를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나 무능하다고 평해지며, 남은 남성 가족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워싱턴 포스트를 상속받은 여성 발행인 캐서린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필요한 자리에서 필요한 일을 했다. "이런 일을 다시는 감당 못할 것 같아요", 마지막에 가서도 후련한 얼굴로. 법원에서 나오는 캐서린의 앞에는 기자 무리가 깔리는데, 캐서린이 계단을 내려올 때 그녀의 주변에는 여성 기자들만이 줄서 존경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영화적 허용일 테지만 가장 영화적인 순간이다.
9월 6일
도서관에서 dvd를 빌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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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트'의 마지막 장면은 워터게이트 도난 사건인데, 이는 1976년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첫 장면과 동일하다. 연이은 시기를 다루는 같은 언론 영화를 제작하면서 스필버그가 경애를 담아 넣은 장면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은 워싱턴 포스트의 워터 게이트 사건 특종 보도를 영화화한 것이다.
워터게이트는 공화당의 닉슨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위원회에 침입해 도감청과 사보타주를 한 사건을 말한다. 해당 사건을 취재한 기자 밥 우드워드(로버트 레드포드)과 칼 번스타인(더스틴 호프만)은 신입 기자로서, 형편 없는 기사만 쓴답시고 해당 건의 깊은 취재를 편집국장과 선배 기자들로부터 만류받았다.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침입자들의 재판에 참석했다가 그들의 변호사 모두가 공통된 출처의 자금을 받은 데에서 취재를 시작한다. 그런데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들의 취재는 난항을 겪는다. 바로 직전에 걸었던 전화는 없는 전화가 되고, 인터뷰이들은 아무 말도 해주지 않겠다고 고개를 젓는다. 조금이라도 말이 통하는 사람들은 협박을 받고 있고, 기자인 그들 또한 감시와 도청을 당한다. 우드워드를 도와주는 이는 오로지 주차장에서 만나는 내부 정보원 deap throat(포르노 영화에서 따온 별명) 뿐인데, 그는 기자가 취재를 해오면 사실여부를 확인해줄 뿐 구체적인 정보를 불지는 않는다. 그가 유일하게 단서를 남긴 바는, "Follow the money."
결말은 시원치 않다. '더 포스트'가 보여주었듯, 신문이 팔리고 시민들의 시위에 불을 지피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닉슨이 대통령 재임에 성공했다는 취임식이 텔레비전 방송으로 송출되고 있다. 우드워드와 번스타인은 그저 그 뒤로 가서 타이핑을 계속할 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뉴욕 타임스 1면을 이례적으로 가득 메운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닉슨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최초로 사임했고, 다음 대통령은 청렴함을 내세운 민주당의 지미 카터가 당선되었다. 흥미로운 지점은 사건 발생일이 1972년이며, 닉슨 대통령이 사임한 것은 1974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영화가 개봉한 1976년은 굉장히 이른 시점이다. 미국의 미디어 혹은 엔터테인먼트가 이처럼 사회비판적이고 동시대적이었음을 느낄 만한 사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