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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신작 '어파이어'는 원소 3부작의 두번째 작품이다. 이전에 <바바라>, <피닉스>, <트랜짓>의 역사 3부작이 있었고, <운디네>, <어파이어> 그리고 차기작은 물, 불, 흙을 주제로 하는 원소 3부작이다. 파울라 베어는 <트랜짓>에 이어 페촐트와 함께 작업한다.
<어파이어>는 소설가 '레온'이 그의 친구 '펠릭스'를 따라 해변가의 별장에 머물면서 벌어진 일들을 그린다. 레온은 슬럼프를 겪는 소설가이며, 집필을 마무리하기 위해 휴양지에 온다. 펠릭스는 사진가인데, 포트폴리오를 위하여 해변을 드나든다. 둘이만 묵을 줄 알았던 별장에는 펠릭스의 엄마 친구 딸, '나디아' 또한 묵고 있었다. 여기에 나디아와 연이 있었고 펠릭스와 급속도로 가깝게 된 인근 해변의 인명구조요원 '데비드'가 끼어들고, 레온의 원고를 봐주기 위해 행차하신 출판사 사장 '헬무트'까지 등장인물은 다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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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제는 Afire이고 국내에서도 어파이어라는 이름으로 개봉했지만, 원제는 Roter Himmel 즉 붉은 하늘이라는 뜻이다. 두 제목 모두 가리키는 것은 발트 해변 인근에 난 산불이다.
영화는 철저하게 '레온'에 이입하며 그의 심정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그는 자기 소설만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주변을 보거나 돌볼 줄 모르며, 무례하고, 다른 이들은 예술이나 소설을 이해할 수 없으며 자신만이 중대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쯤에서 듀나의 트윗을 인용하고 싶은데, "무례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엄청 스노브인 젊은 작가가 산불이 다가오고 있는 친구네 별장에서 소설을 퇴고하며 겪는 이야기인데 감정이입이 심하게 되어 좀 미치는 줄 알았어요."
(https://twitter.com/djunapaprika/status/1702557844380565706?t=CSaOe-H01qdf_KFqDT4AXQ&s=19)
말마따나 영화는 어쩌면 자기반영적이며 또한 직설적이다. 레온은 시도때도 없이 지적받고, 창피함을 깨닫고, 사과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자기중심적인 예술가의 성장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다. 초중반은 페촐트의 전작들에 비해 덜 진지하고 웃긴 구석이 많다. 예술론을 거론하며 형식에의 도전이 있음은 홍상수의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남녀 인물상 자체는 지극히도 페촐트답다. 또한 후반에 이르러 휘몰아치는, 말 그대로 화염이 일듯 태워버리고 잿가루 날리는 결말은 잔인할 정도로 그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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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의 붉은 드레스, 휘파람, 자전거, 뒷모습.
파울라 베어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은 '바바라'의 포스터를 연상시킨다. -때문에, 자전적이라는 생각이 더욱 든다. 그녀는 '트랜짓'에서도 비슷한 붉은 드레스를 입었다. 그러나 그때의 날서있고 서늘한 모습과 대비되게, 어파이어에서는 자연광 햇빛이 너무도 어울린다. 강단은 있지만 구김살은 없으며 화사하다. 특히 '나디아'가 시를 낭송하는 장면은 화룡점정이다. 이 부분에서 그녀의 목소리와 독어 발음과 시의 내용이 정말 좋다고, 한 번 더 듣고 싶다고 생각할 즈음 영화 속 등장인물 또한 한 번 더 들려달라고 한다. 그렇게 두 번 낭송해준다.
매일 저녁 무렵
술탄의 공주가
하얀 물이 솟는
분수대 옆을 거닐었다
매일 저녁 무렵
젊은 노예가 하얀 물이 솟는
분수대 옆에 서 있었다
매일 그의 얼굴은 창백해져 갔다
하루는 공주가
갑자기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네 이름을 알고 싶어
고향과 부족이 무엇인지도"
노예는 말했다
"제 이름은 모하멧, 예멘에서 왔습니다
제 부족은 사랑하면 죽는 아스라입니다"
- 하인리히 하이네, 아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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