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돌
2024. 10. 11. / scrap

한강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파란 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들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동안 주운 적 있을까 
놓친 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 빛나는 내로
돌아가 들여다보면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고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