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유어 아이즈
202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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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ht
Cerrar los ojos
2023, 빅토르 에리세
오늘 아침 나는 인생이라는 진술서를 쓰는 일에 대해서 결론 짓지 못했다. 나는 내 기억들이 내 인생의 핑계거리가 되어줬으면 했고, 트라우마였으면 했고, 그러면서 잊고 싶었고, 변명하지 않기로 했다. 절망적인 결론이었다. 자신의 서사를 새로이 만드는 일에 대하여 기억의 편집권이란 제정신인 사람에 있어 월권이라고. 한편 영화에서 미겔은 훌리오의 마지막을 영화처럼 그렸고, 가르델에게 훌리오의 마지막 영화를 보여주었다, 맹신적이게도. 내가 처음 본 에리세의 영화 벌집의 정령에 관해 쓴 텍스트는 이렇게 남아 있다: "눈을 감고 상상하는 자는 외면하지 않는다"... 우연찮게도 가르델은 미겔이 찍은 훌리오의 마지막 영화를 보고 눈을 감는다(Cerrar los ojos). 관객이 되어 필름을 바라보는 일이 마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기적으로 나타난 것처럼. 회고하고 상상함으로써 존재하고 계속될 수 있을 것처럼. 이 영화가 그렇게 믿는 것처럼. 그러니까 나도 에리세의 영화를 보러 먼 길을 나왔다. 나 역시 그처럼 영화를 본다. 눈을 감는다.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