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을 두 번 빠졌다. 원래라면 지각하더라도 용기내서 가는 편인데, 이젠 일어났을 때 시간을 보고 포기할지 말지 결정한다. 이번 학기는 6개의 수업을 듣고, 이중에 3개는 프로젝트이고(안드로이드, 웹페이지, 통계분석), 2개는 달리 조별과제가 있다. 이런 것들은 자질구레한 데드라인으로 정신을 소모하게 한다. 난 열심히 일하는데, 난 게으르다. 난 다른 사람들과 잘 협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난 무능력하다. 어떤 면에서 나는 혼자 한다. 어떤 면에서 나는 프리라이딩한다.

매번 이번 학기는 지난 학기와 다르리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중턱쯤 오면 지난 학기와 같겠다는 예감이 든다.

네가 그러면 그렇지 뭐. (이상하다. 가끔 보면 내가 나를 '너'라고 부르고 있다.)

 

아동센터

기쁘게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어쩌면 매주 나아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주는 지지난주보다 나았다. 내가 어렸을 땐 선생님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기뻤는데, 요즘은 아닌 것도 같다. 나는 약간의 호기심과 대단한 의무감으로 말을 붙이지만, 어쩌면 아이들한텐 귀찮게(못살게) 구는 것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나는 자라지 못했다. 말도 안 돼. 소외감을 느낀다니. 내가 그들을 돌보는 것인지 혹은 그들이 나를 돌보는 것인지.

동료들과는 사무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원래 난 대다수의 사람들과 이해관계 이후로 나아가지 못한다.

 

글쓰기

예전에 난 한국인이 쓴 말맛이 느껴지는 문장을 좋아했고, 지금도 국어를 잘한다면 그렇게 쓰고 싶다. 국문학을 이제 읽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겠지만. 

이젠 모르겠다. 나는 "싸고, 닦고, 물 내려야지"라는 비유로 내 행동거지를 설명하곤 한다. 절대 뒤돌아보지 않을 거야. 절대 신경쓰지 않을 거야.

예전에 난 구상만 거친 뒤 거의 한 번에 작성하는 것이(마치 돈오하듯이) 아마추어 같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트리트먼트를 적어두고 끊임없이 퇴고하기 때문에. 난 퇴고 단계에서 거의 수정하지 않는다. 짧은 글의 경우 전체 시간의 많은 비율을 구상에 쏟긴 하지만.

그런데 알게 된 것은, 원고지 쓰기가 습관화되어서일지도. 요즘 사람들이 워드 타이핑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내가 글쓰기를 시작할 때는 원고지가 먼저였다. 물론 난 어리지만, 학교에서 배울 땐 그랬다. 돌이킬 수 없는 매체가 익숙했다.

문제는 내 안에 쓰고자 하는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음악

이번 달 들어서는 (신보를 제외하고 굵직하게는) The The와 Roxy Music을 들었다. 무턱대고 신시사이저 음악을 좋아하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요즘엔 신스 팝도 전부 괜찮게 들린다. 난 편식하는 내가 싫어서 뭐든 한 번 쯤은 입에 넣고 본다. 어릴 땐 맛없던 게 미뢰가 감퇴하면서 먹을 만해지기도 한다. 이런 건 다른 데도 똑같은 게, 눈에 익고 귀에 익는 순간 달라진다.

가끔은 취향이나 기호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없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일 뿐이다.

테리 홀에 빠졌다. The Specials의 Ghost Town을 자주 들었다. 고스트 타운 이전의 좋았던 날들이 기억 나? 우린 춤 추고 노래했고 신도시에 음악이 울려 퍼졌어.

 

생일

오늘 네이버 아이디를 해킹당했다. 노르웨이에서였고, 증권 사이트에 스팸 홍보를 하다가 적발되어 정지당했다.

주말엔 집에 갔지만, 지금 여기서 나는 혼자다. 시험기간의 화요일. 불러낼 사람은 없고, 어딜 갈 수도 없고, 과업이 밀려있다. 점심은 굶었다. (엄마가 점심은 먹었냐고 카톡했는데, 그렇다고 답했지만) 저녁은 학식 예정. 날이 계속 좋다면 나가서 얼그레이 밀크티 한 잔을 사마실 수도 있다.

픽셔널한 여행기를 마저 써야한다.

물론 난 아직도 여권이 없지. 그런데 뭐 질투는 나의 힘이야.